저자의 부친은 백인이고 한국인 모친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뮤지션이 쓴 어머니에 대한 회고록이다. 여성 특유의 섬세하고 감성을 건드리는 글이라서 어머니에 대한 기억들 한두 가지는 떠올리게 만들어줄 것이다. 도중에 이모가 이른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난 것과 남은 가족들이 어떤 생각을 할 수 있는지를 볼 수 있었다. 연관된 몇 구절을 적어본다.
은미 이모는 평생 담배를 입에 대본 적도 없고 주말이면 꼬박꼬박 교회에 나갔다. 아끔씩 우리끼리 벌인 치킨 파티 때를 제외하면 술도 잘 마시지 않았다 그 흔한 키스로 한 번 한 적이 없었다. 내가 알기로 이런 사람은 보통 암에 걸리지 않는다. ... 이모는 항암치료를 스물네 차례 받은 끝에 발랜타인 데이에 돌아가셨다. ... 엄마는 가족 중에 유일하게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이었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데 어떻게 신을 믿는단 말이니?'(191-196).
동생이 기독교를 믿으라는 유언을 남겼음에도 끄떡도 하지 않던 엄마였다. 엄마가 신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나는 무척 마음에 들었다. 엄마가 이 모든 일을 겪고 나서 다시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는 윤회사상을 믿는다는 사실도.... 엄마는 매번 나무로 태어나고 싶다고 대답했다. 엄마가 대단하고 영웅적인 것보다 소박하고 고요한 것으로 환생하고 싶어한다는 사실은 전혀 뜻밖인 동시에 내게 위안을 주었다(231-232).
C.S. 루이스의 이런 논지의 글을 읽은 기억이 있다. 인간은 생명이신 하나님을 떠나 죄를 택했다. 죄는 하나님과 영원한 분리를 만들어냈고 죽음을 불러왔다. 이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운명이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원래 인간을 창조하신 목적대로 인간들과 영원히 함께 살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만드셨다. 인간의 죽음을 이용하여 영원히 함께 사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하나님께서 독생자 예수님을 세상에 보내셔서 십자가에서 대신 죽음으로서 죄 값을 대신 치르게 하셨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죽음은 하나님과 영원히 살기위해 건너가는 조금 생소한 건널목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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