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진 작가의 화제작인 파친코를 읽다. 4대에 걸친 재일 교포의 힘겨운 삶의 이야기를 작가의 따뜻한 심성을 빌어서 잘 녹아나온 작품이다.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은 성경에서 익숙한 이름들- 이삭, 노아, 모자수(모세의 일본식 발음인 듯 함), 요셉, 솔로몬 등등 - 이며 신앙에 뿌리를 둔 대사들 또한 백미이다.
재일 한국인은 일본에서 태어났어도 지금까지도 여전히
좋은 직장을 가지는 것이 힘들며
외국인으로서 반드시 3년마다 지문을 찍어야 하고
파친코같은 음지 산업에 종사해야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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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자가 고한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머니는 죽기 진전에 이 남자가 선자의 삶을 망쳤다고 했지만 정말 그랬을까? 고한수 덕분에 노아가 생겼다. 임신하지 않았다면 이삭과 혼인하지 않았을 것이고, 이삭이 없었다면 모자수와 손자 솔로몬도 없었을 터였다. 선자는 더 이상 한수를 미워하고 싶지 않았다. 성경에서 요셉이 자신을 노예로 팔아넘긴 형들을 다시 만났을 때 뭐라고 말했던가?
"당신들은 나를 해하려 하였으나 하나님이 그것을 선으로 바꾸사 오늘과 같이 만민의 생명을 구원하게 하시려 하셨나니," 선자가 이 세상의 악에 대해 물었을 때 이삭이 이 구절을 가르쳐주었다(p, 277).
고한수는 일본 야쿠자 멤버이며 두 딸을 둔 아버지였지만 여주인공 선자를 속여 임신하게 만들었다. 훗날 선자는 이를 알고 한수의 애기를 잉태한 상태로 그를 미련없이 떠난다. 그런 선자를 백 이삭 목사는 아내로 맞아들였다. 마치 호세아처럼 말이다. 선자는 한수의 아들인 노아와 백 목사의 아들은 모자수를 낳아 훌륭한 자식들로 양육했다.
이민진 작가의 조부는 평양 신학교를 졸업한 목사님이고, 작가 역시 평생 교회를 떠난 적이 없다. 소설 구석구석에 성경구절은 아니지만 성경 말씀이 흘러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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