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루 밀러의 'why fish doesn't exist?'(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소문으로 들었다. 멸불허전이다.
얇고 흥미로운 책이라 한 자리에서 다 읽기는 했지만 여운은 길었다.
우생학의 열렬한 지지자요 어류 분류학자인 미국인 데이빗 조던이란 인물의 삶을 통하여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탁월한 문장으로 교묘하게 블랜딩했다. 하나님이 없는 인생들의 자기 방황을 기술하며, 그 무의미에서 구해 달라는 외마디처럼 들렸다.
습지의 끝은 바다고, 바다의 끝은 나로서는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이었는데-나는 돛단배가 기울어지다 넘어가는 어떤 가장자리 를 머릿속에 그렸다-그 생각을 하니 갑자기 '우리 모두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걸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아버지는 쌍안경 뒤에서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고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씩 웃는 얼굴로 내게 돌아서면서 이렇게 단언했다. “의미는 없어!"
마치 내가 살아오는 내내, 그 질문을 할 순간만을 열렬히 기다려왔다는 듯 아버지는 내게 인생에는 아무 의미도 없다고 통보했다. “의미는 없어. 신도 없어. 어떤 식으로든 너를 지켜 보거나 보살펴주는 신적인 존재는 없어. 내세도, 운명도, 어떤 계획도 없어. 그리고 그런 게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 누구도 믿지 마라. 그런 것들은 모두 사람들이 이 모든 게 아무 의 미도 없고 자신도 의미가 없다는 무시무시한 감정에 맞서 자신을 달래기 위해 상상해낸 것일 뿐이니까. 진실은 이 모든 것도, 너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란다"(책의 일부)
책의 말미에 들어서면 우생학의 피해자들을 찾아가서 나누는 대화들이다. 실아남은 자들이 서로를 돌보고 살아가는 것에서 삶의 의미, 존재 이유로 만족하며 잠시 안주하는 것으로 책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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